[퍼옴]PR이라는 직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PR Story

홍보대행사 또는 인하우스 홍보팀에서 홍보를 하는 사람들이 항상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PR이라는 직업,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죠.
이제 막 꽃피고 있는 산업이고, 아직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미래이기에 그러할 것입니다. 
평소 이런 부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피알원 이백수 대표님께서 얼마전 사내 홈페이지에 올리신 글에 공감하는 바가 많아 퍼와 봅니다.
 


PR이라는 직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피알원 이백수 대표

나는 신입사원 면접을 볼 때 PR이라는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항상 묻는다. 다들 망설이지 않고 잘 대답한다. 아마도 첫 번째 예상질문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리 준비하고 있는 줄 알면서도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평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해서 PR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뽑는 건 아니다. PR이란 직업을 장기적으로 좋아할 만한 사람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신입사원이 입사 전에 알고 있는 정도의 PR지식은 실전에서 별 소용이 없을뿐더러 PR은 1~2년 한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의 성장으로 자만한다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

나는 대학 때 막연히 광고가 하고 싶었다. 뭔가 창의적이고 멋있단 생각을 했다. 그러나 대기업 홍보실로 입사했다. 일단 취직이 급했고 홍보실에서는 광고도 하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후로 20년 이상 PR을 하고 있다. 숱한 밤을 지새웠고, 때로는 도저히 말이 안 통하는 상황 때문에 전화통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당장 때려치우고 싶을 때도 많았다. 아마도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개근상만은 빠지지 않고 받은 별 융통성 없는 끈기가 없었다면 지금쯤 PR말고 다른 직업을 갖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정말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PR이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이 처음은 나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지나고 보니 대단한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PR은 굉장히 멋진 전문직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이를 설명하자면 말이 좀 길어질 것 같다. 이 직업이 멋지다고 주장하려면 다른 전문직들과 비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직이 인기다. 그런데 전문직이라는 것이 상당히 모호하다. 전문직이 좋은 이유를 감성적으로 꼽아보자. 일단 나이 들어서도 계속 우려먹을 수 있고, 돈 잘 벌고, 남들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진입장벽도 있고,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남들이 좀 알아주는 뭐 그런 거다. 사전적인 의미로만 보면 특정 분야에서 특화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전문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평생 동네 골목어귀에서 도장을 판 할아버지가 그 일로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고 있다면 사람들은 절대로 전문직이라고 인정해 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부가가치라고 본다. 전문직을 얘기할 때 돈이 기준이 되는 것은 서글프지만 현실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전문직 하면 돈 잘 번다는 의사, 변호사 등을 떠올린다. 돈을 기준으로 전문직인가를 따지는 데에는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속물 같은 생각이라고 비난 받고 싶지는 않다.

여담이지만 내가 보기엔 음식도 비싸야 맛있다. 90년 초에 강원도 속초에 놀러 간 적이 있다. 당시에는 이상하게도 동해에서 오징어가 거의 잡히지 않았다. 횟집에서 큰 접시에 오징어 작은 거 두 마리를 바닥이 훤히 비칠 정도로 쫙 깔아주고는 5만원을 받았다. 그 귀한 자연산 광어 한 접시도 5만원 할 때다. 그래도 일행들은 ‘동해에서 회 하면 역시 오징어’라며 무리해서 두 접시를 시켜 먹었다. 그 후 몇 년 지나니 갑자기 오징어가 대풍이 됐다. 주문진항에 갔더니 살아있는 오징어 십 수 마리가 만원이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오징어회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PR직종과 돈을 연관시키면 다소 민망한 구석이 있다. 아직은 PR하는 사람이 돈을 잘 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계속 부가가치가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갈수록 다양화되는 이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만 놓고 보더라도 PR이 부가가치가 낮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 회사의 경우만 하더라도 인센티브 연봉제를 도입한 후에 사장인 나보다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있다. 작년에 한 팀장은 10월에서 12월까지 3개월 동안에만 5천 만원 가까운 인센티브를 받았다. 입사 2년 차의 한 직원은 아마도 올해 연봉이 5천 만원이 넘어설 것 같다. 모든 직원들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얘기할 만한 수준은 될 것이다. 위축될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PR이 돈 잘 버는 직업이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돈이라는 변수를 제외하면 PR이라는 직업은 빛을 발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다른 전문직과 비교하면 정말 멋진 일이다.

다른 전문직들은 일 자체만 놓고 본다면 재미하고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삶의 질은 상당히 퍽퍽하다. 예를 들면, 누구나 인정하는 전문직인 의사는 가장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의미 있는 직업이다. 그러나 매일 거의 똑 같은 일이다. 외과 의사는 빡빡한 일정의 수술이 항상 기다리고 있다. 치과의사라면 하루 종일 사람들의 입 속을 들여다 봐야 한다. 내과의사는 독감 한 번 유행하면 마스크를 쓰고 환자와 멀찍하게 떨어져서 진료를 한다. 어제 일과 오늘 일이 너무나 같다. 오죽하면 의사는 배우자가 좋은 직업이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PR은 언론홍보, 광고, 전시, 이벤트, 온라인마케팅, 프로모션 등 수없이 다양한 영역이 있고 그 중 어느 하나도 ‘나는 전문가’라고 쉽게 말하기 힘든 깊이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PR의 가장 큰 매력은 연륜이 쌓일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는 점이다.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에 본질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깊이를 더하고 그가 가진 인적 네트워크는 넓어진다. 사회 현상에 대한 통찰력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는 재미도 있다. 다른 많은 전문직들은 나이가 들면 그들의 전문성은 지난 과거가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PR과 유사한 전문직종으로는 광고가 있다. 광고가 마케팅의 꽃이라는 인식과 함께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다. 젊었을 때 멋진 광고카피로 이름을 날린 지인이 있었다. 이 사람이 40대 초반에 클라이언트에게 대 망신을 당했다. ‘좀 쓸만한 카피 없어? 40대가 20대 타깃의 카피를 쓰니까 진부한 거 아냐?’ 나름 심혈을 기울인 카피였건만, 클라이언트 한 마디에 그가 자부해 온 전문성은 한 방에 무너져 내린 기분이었다고 한다. 지속적인 창의성을 요구하는 직업에서는 그 동안의 경험이 때론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대학교수는 어떨까? 그가 해외 유학 가서 박사논문으로 쓴 신기술이 지금은 세계 어느 기업이나 공장에서 이미 진부한 기술이 되어 버린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가 교수가 된 이후에도 정말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우리가 대학생활 때 흔히 보아온 자리보전에 급급한 직장인에 지나지 않는다.

PR의 또 다른 매력은 좋은 일을 한다는 점이다. 조직이나 사람들의 대체로 순수한 활동을 도와주는 역할이다. 반면 변호사의 경우는 내 기준엔 좀 찝찝한 직업이다. 억울한 누명을 풀어주는 멋진 변호를 하는 일이 몇 번 있겠는가? 사기꾼, 범죄자, 돈 욕심에 가득 찬 이해관계자, 이들을 만나서 조정해준다. 좋은 사람 도와주는 것 보다 나쁜 사람 편에 설 경우의 수가 많다.

또한 PR은 앞으로 계속 더 인정받는 직업이 될 것이다. 현재 각광받는 어떤 전문직들은 적어도 내가 보기엔 전망이 별로 없어 보이는 직업들이 있다.

한의사? 앞으로 먹고 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의사 인기가 좋아지니까   한의학과 엄청 신설됐다. 한의사들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 졸업해서 한의사가 된 사람이 20년쯤 후에는 어떻게 될까? 지금 한의원을 선호하는 연세 드신 분들이 그때까지 여전하실까? 보약을 팔아야 돈이 되는데, 지금 젊은 사람들이 자기 돈 들여서 보약을 지어 먹을까? 인구도 줄고 있는 마당에 그 많은 한의사를 누가 다 먹여 살릴까? 그런데도 대학졸업하고 회사 멀쩡히 잘 다니다가 때려치우고 한의대 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

PR에 대해 예찬하려다 보니 다른 직업에 대해 다분히 극단적인 표현이나 자신만의 시각과 논리를 앞세운 면이 없지는 않다.

PR이 멋지다고 주장했지만 막상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일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항상 ‘을’이라는 입장은 꼭 필요한 일의 분량에 더해서 피곤한 점이 많다. 그러다 보니 쉽게 지쳐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전문직의 법률적인 계약관계는 ‘을’이란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한 전문가라면, 비록 ‘을’로 계약을 하지만 계약 이후에는 ‘갑’의 찬사를 받으며, 실질적으로 ‘갑’의 위상이 될 수 있다. 능력여하에 달려 있다.

PR은 정말 매력이 있으면서도 쉽지 않다. 사람이 주인인 우리 사회는 항상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얽혀있다. 다양한 집단과 개인의 이해관계로 인해 PR의 결과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처음의 의도와 흔히 다르게 나타난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과정과 결과는 마치 골프처럼 뜻대로 되지 않고, 바둑의 기보처럼 항상 같지 않다. 때로는 아이디어를 위해 마른 수건을 쥐어짜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매력이 있다. 그런 만큼 PR은 더욱 전문가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내가 신입사원 때 모셨던 임원이 상공회의소에서 PR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PR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강연이었고, “앞으로는 기업이미지와 브랜드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되고, 따라서 중요한 경영 의사결정에는 사전에 PR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야 한다”는 대목이 특히 좋았다. 이 때가 88올림픽 직후이다. 그 당시 나는 앞으로 10년쯤 후면 PR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업에서는 아직 PR책임자가 의사결정의 핵심이 아니며, PR회사는 전문컨설팅 회사로서의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다루는 PR의 위상이 확고하게 정립되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할 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PR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PR전문가들은 더욱 각광받을 것이란 점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대접이 서운하다고 해서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PR업무의 속성상 익어갈수록 더 인정받을 것이고, 현재 상태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PR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신입사원 면접 때마다 듣는 얘기다. 항상 의문이 든다. 그들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이 직업을 택하려고 할까? 정말 PR이 전문직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일까? 관련된 책 한 권 읽고서 PR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당장 입사가 급해서 잘 보이려고? 그 때마다 과연 이 친구들이 PR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이 앞으로 어떤 의미의 삶을 살게 되고 무엇을 누리게 될 것인지 제대로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한편으론 깊이 고민한 끝에 이 길을 가겠다고 결정했다면 그들의 혜안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PR회사의 직원들은 미래의 비전을 얘기하면서 꽤나 혼란스러워 한다. 하지만 내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할 수는 없다. 여러 이유가 있다. PR은 마라톤과 같은데 3~5년 후에 손에 잡히는 모습을 원할 때는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리고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의 경우는 승진만으로도 일정 수준 만족을 줄 수 있는데, 대체로 작은 조직인 PR회사에서는 승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조직이 앞으로 이렇게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하는 것도 직원 입장에선 막연해 보이기도 하다. 그래서 해 줄 말이란 게 고작 PR이 이렇게 멋있는 직업이라는 것 정도다. 그리고 회사가 지금껏 대체로 잘해왔듯이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해 나갈 거라고 덧붙이는 정도다.

그렇다면 결국 개인의 비전은 개인이 찾아야 한다. PR이라는 직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그들이 마라톤의 중반을 넘어서는 지점부터는 이 길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확신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PR이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함께 일한다면, 개인과 회사의 비전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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