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03일
홍보대행사 AE에게 야근은 숙명인가?-난 왜 야근을 하지 않는가
대행사에 취직을 하거나 인하우스(기업) 홍보팀에서 근무하다 홍보대행사로 옮긴 사람들이 빈번하게 듣는 말이 있다.
표현방식은 다르지만, 내용을 종합해 보면, '아니 그 힘든 곳으로 왜...', '대행사는 일이 많다고 하던데..'
심지어, 이 업(業)에 새롭게 뛰어드는 새내기들에게도 어디서 어떻게 들은 것인지 '야근', '노동강도'에 대한 두려움은 꽤 큰가 보다. 몇일 전, 아직 출근도 하지 않은 2009년 공채 합격자들과 회식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새내기들 각각의 첫 질문도 '야근 많이 하세요?', '일이 얼마나 많아요?' 이런 것들이었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직업을 택한 이들이 가장 궁금한 것이, (아니 정황상 판단할 때) 이들이 이 직업을 택하는데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이런 부분이라니 참으로 씁쓸하다.
이렇게 외부인들의 인식도 그렇고, 또 실제로 홍보대행사 안을 들여다보아도 소위 '야근'으로 대표되는 '높은 노동강도'가 이 업의 Rule처럼 굳어진지 오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난 지금껏 일을 하면서 참으로 잘 '개기고' 있다. 나 개인 뿐 아니라 나와 함께하고 있는 팀원들도 잘들 반항(?)하고 있고, (가끔 조롱이 섞이기도 하지만) 동료들로부터 "항상 퇴근시간이 가장 빠른 팀, 한 해 동안 야근을 손에 꼽을 정도로 하는 팀이 '잘 버텨나가는' 비결은 무었아냐"는 질문도 가끔 들이니 나름 가진 철학이 실패로 흐른 것은 아닌듯 하다.
나는 왜 야근을 하지 않는가?
첫째, '해야만 하는 야근'만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야근에는 '해야만 하는 야근'이 있고 '해야할거 같은 야근'이 있다.
전에 다른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던 사람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로 설명을 대신하면...
그 양반이 다니는 회사는 잔업량과 관계없이 평균 퇴근시간이 밤 11시라고 한다. 일이 있건 없건 그 전에 퇴근하는 것이 '죄악'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장이 팀장들의 퇴근시간을 감시하고, 팀장들은 팀원들의 퇴근시간을 감시하여, 이것으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 '열정이 있는 직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직원들은 정상퇴근이 가능한 업무량을 가지고도, 항상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할 수 밖에 없고, 오히려 낮에는 일과 관계 없는 딴짓을 하다가 정해진 퇴근시간에 맞춰 계산해 저녁이 되어서야 일을 시작하는 기현상도 고착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게 바로 정상적으로 일을 하고도 시간이 부족할 때 하는 '해야만 하는 야근'과 대비되는 '해야할거 같은 야근'의 전형이다.
홍보대행사에 있다보니 이런 '해야할거 같은 야근'이 너무 만연화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자신들은 '해야만 하는 야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 중 많은 부분은 '해야할거 같은 야근'이다. 즉, '홍보대행사=야근이 많은 곳'이란 껍데기에 불과한 말이 진리로 여겨지면서, '일찍 퇴근을 하면 안된다'는 무의식적인 강요를 받게 되고, 이에 맞춰 시간사용을 하는 것이 체화된 것이다.
둘째, 노동자에게 있어 '효율성'은 최고의 미덕이다.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효율적이지 못하게 일을 해서 야근을 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비용사용, 구성원의 피로도 문제 등 이는 노동자로써 회사에 대한 죄이고 피해야 하는 것이다"
앞에 말한 바와 같이 불필요한 '해야할 거 같은 야근'에 익숙해지면 '효율성'이란 단어를 잊기 쉽다.
일에 있어 효율성이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일처리에 대한 효율성으로, A,B,C라는 일을 하는데 A-B-C의 순서로 일을 하는 것과 A-C-B 또는 B-C-A의 순서로 일하는 것과는 결과 및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데서 시작된다.
다른 하나는 시간 사용에 대한 효율성이다. '몇 시간을 회사에서 보냈느냐'보다는 이 중 '몇 시간을 일하는데 사용했느냐'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일과 중에는 메신저로 수다떨고 싸이관리하느라 시간 허비하다가, 일과 후에는 야근한다고 저녁먹고 커피한잔 하고 들어와 실제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1시간 남짓 일하다가 들어가면서 '매일 야근한다'고 말하는 사람. 밤새 일을 하고, 다음날 비몽사몽으로 시간 효율성을 50%이하로 떨어뜨리는 사람들은 특히 이런 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조직운영에 있어 '피로도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로도 관리란 이런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투수 최동원은 1984년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혼자서 4승을 거두는 기록을 만들었다. 4승을 거뒀다는 그의 놀라운 실력을 차치하고, 한 명의 에이스를 4경기에 연속해서 출전시킨다는 것은 지금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비록 한 순간 한 순간 중요하기 때문에, 이 때마다 에이스를 내보내고 결국 우승까지 한 것은 멋있어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선수로써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결국 팀의 전력저하를 가져오는 위험한 행위이다.
조직을 관리하는데 구성원의 '능력관리'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피로도관리'이다. 특히 홍보대행사 구성원의 잦은 이직 및 퇴사의 주요 원인이 이러한 '피로도관리'의 실패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오늘 100%의 성과를 냈지만, 그 피로로 내일 50%로 전력을 저하시킬 수 밖에 없는 일이라면, 난 차라리 오늘 80%의 성과, 그렇지만 내일도 80%의 동일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택할 것이다.
끝으로, 야근은 사무실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인터넷시설과 노트북, 전화만 있으면 홍보대행사 AE가 하는 업무의 90%이상은 처리가 가능하다.
학생이 필수적으로 수행하여야 할 정규수업시간만 교실에 앉아서 의무를 다하면 되는 것이지, 개인의 성향과 상관없이 그 이후에도 강제로 교실에 앉혀 놓는 것은 효율적인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다. 교실에 앉아 공부가 잘 되지 않으면, 짐싸고 집에 가서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약속이 있으면 볼 일 보고 집에 들어가서 미진한 공부를 하는 것이 물리적인 시간만 보내며 억지로 자리에 앉아 있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보이지 않는 강제에 의해 교실에 앉아 있어야 결과가 좋은 사람도 있다. 이것은 자신이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사무도 사무실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홍보대행사 AE에게는 눈에 보이는 출퇴근 시간보다는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개념을 가지고, 이에 맞춰 행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 있다고 '야근'이 아니다. 어디에 있건 출퇴근 시간과 상관없이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낼때, 그것이 '야근을 하는 것'이다.
'휴식은 노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야근' 및 '직원들의 휴식'에 관한 문제는 직원들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닌, 팀/회사를 위해서 관심을 가지고 관리를 해줘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홍보대행사가 시간에 비례해서 기계에서 찍어내는 생산량이 늘어나는 공장이 아니라면, 그리고 AE들이 쉬지 않고 몇 일 밤새 일해도 아무 지장없는 기계가 아니라면 회사를 위해 팀을 위해 불필요한 야근에 대해 개선을 시켜야 한다. 그것이 '반짝하는 성과'가 아닌 '지속적으로 안정된 성과'를 만드는 단초가 된다.
홍보대행사에서 평생 가져갈 직업의 첫 발을 내딛는 사람들이 더 이상 이러한 일로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않는 분위기가 정착되기를 희망해 본다.
피알원_오피큐알 곽동원 차장
# by | 2009/01/03 14:07 | PR Story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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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건 너무 싫어요!
특히 불필요하게 같은 업무를 여러번 반복하는 상황이요.
그나저나.. 제 친구가 항상.. 돈도 안 주고 일도 많은 홍보대행사...? 거길 왜..? 라는
의심과 동정(...)에 찬 눈빛을 보내는 게.. 생각났습니다. 쩝...
전 그래도 PR 업계가 좋아요~ 유후~